푸성귀의 글

선물과 귤

푸성귀-1 2022. 1. 26. 15:07

선물은 좋다. 사람을 서프라이즈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주는 기쁨과 받는 즐거움은 선물만이 가진 매직이다. 생일, 기념일, 축하, 감사할 일에는 선물이 따라간다. 선물에는 정도나 기준이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받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거기에 정성을 다한 손편지나, 사랑이 담긴다면 요즘 말로 짱이다. 게다가 뜻밖의 깜짝 이벤트는 평생 추억으로 남을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선물에도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바리바리 들고 다닐 때가 있었던가 하면, 외식으로 가족잔치를 하는가 했는데, 요즘은 뭐니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라고 현금 선물을 선호한다. 코로나 3년 차에 비대면 선물로 돈만 오가는 현실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웃프다. 

(중략)

구리시에는 돌다리 구리 전통시장이 유명하다. 시장에는 특별히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가게가 있다. 그중에 "엄가家네 막 퍼주는 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다소 허름한 상점 두 곳이 그렇다. 막퍼준다는 문구에 사람들은 의구심을 가진다. 그만큼 싸게 판매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물건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 집에 판매전략은 그날 물건은 당일에 모두 소진하는 것이다. 즉 재고가 없다. 새벽에 물건을 실은 차가 오고 대여섯 명의 젊은이들이 부지런히 가판대에 진열한다. 가판대는 합판과 조립식 앵글로 만들어 보잘것없고, 플라스틱 바구니에 야채며 과일 등을 담고, 종이 박스를 잘라 가격표를 만들어 세우고 9시 정도면 판매를 시작한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고 10여 평의 매장 안팎은 물건반 사람반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엄청난 양의 물건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초저녁이면 가게는 텅 비게 된다. 어쩌다 물건이 남게 되면 떨이로 더 저렴하게 처분하고 손을 턴다. 구리 전통시장에 오면 매일 똑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요일은 쉰다.

 

주말이 되면 엄가네에서 야채와 과일 등을 산다. 그중에서도 11월부터는 귤을 많이 사는 편이다. 귤은 다른 과일에 비해 가격도 싸고, 먹기도 편하고, 비타민C가 많아서 피로할 때 먹으면 좋은 듯했기 때문이다. 한번 사면 일주일에 다 먹기에는 양이 좀 많았다. 그래서 회사 동료들과 같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좋은 놈으로 골라 다섯 개를 가방에 넣고 출근해서 책상 위에 하나씩 놓아둔다. 뒤이어 출근한 동료들이 책상 위의 귤을 보고 의아해한다.

"웬 귤?"

"누가?"

"선물!"

"감사!"

가벼운 인사로 유쾌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하루 이틀 정도로 끝날 줄로 알았던 귤 선물은 2020년 12월 말까지 두 달 가까이 이어졌다. 날이 갈수록 "일용할 양식", "하사품" , "연말정산"이라는 농담도 주고받으며 동료들 간에 웃음소리도 들리고, 자연스러운 대화로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작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서로 눈을 마주 보는 시간은 별로 없다. 바쁘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귤 하나가 주는 행복은 컸다. 때문에 귤 선물은 멈출 수 없는 기쁨이 되었다. 요즘도 가끔 귤을 가져간다. 이제는 말을 안 해도 안다. "잘 먹겠습니다." 선물은 받는 사람도 기쁘지만 주는 사람은 더 더 더 기쁘고 달달하다는 것을 맛보았다. 계면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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