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성귀의 글/자작 글 36

고향

고 향 할말이 다들 많겠지요. 그렇다고 뚜렷이 내세울것은 없습니다. 단지 추억이 그리운거지요 매년 보는 것 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러고는 잊고 살지요. 수없는 세월의 반복 동시에 아쉬움의 연속 그렇다고 그곳에 눌러살 형편도 못되면서 땡기는 그 무엇인가에 우리는 고향이라고 하나봅니다. 사실 정도 들었지요. 미련도 있구요. 아는이도, 밉지만 이해해 주는 이도 많은곳이 그곳이랍니다. 해마다 어렵게 가면서 밟는 그 땅의 냄새는 마음을 설레게합니다. 차편에 눈을 감고 가면서도 가까워졌음을 냄새로 알지요. 동시에 많은 기억들이 지나갑니다. 피죽을 먹으며 울기도 눈대래끼에 때아닌 봉사가 되기도 신발이 없어서 학교를 못가기도 홍수로 작은 도랑에 놓였던 외나무다리가 떠내려가서 학교를 못가는 날에는 신나기도 눈덮인 외진길..

추석

추 석 해마다 맞이하는 우리나라의 3대 명절중에 하나인 추석 중추절 또는 한가위 등등 여러가지로 불리며 그 의미도 다양하지요. 한해중 가장 풍요로운 계절에 속한 명절인 추석 어린시절의 지금은 들판에서 가을걷이에 한창 여념이 없을때입니다. 네집 내집 할 것 없이 집을 지키는것은 강아지 뿐 어리다고 봐주는것도 없었지요. 심지어 갓난쟁이들도 업거나 들판에 눕혀놓고 일한기억들이 다들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동네마다 한곳씩있던 떡방앗간에는 송편을만들 여러집들의 쌀을 순서대로 갈아내고 뻥튀기 기계는 하루종일 장작불에 몸이 바베큐가 되어 펑~소리와함께 주변에 널브러진 튀밥들을 향해 동네아이들은 우루루 몰려들어 비둘기마냥 주워먹느라고 정신이 없었지요. 엿기름을 넣어 만드는 감주의 달콤한 냄새가 동네에 가득하고 술을 빚는..

속담과 현실

속담과 현실 피서에 휴가라는 명분으로 많은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고 있을때 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여러가지 일들이 꼬이는 바람에 휴가는커녕 매주가던 산행도 고사하고 적적한 마음과 씨름하고 있는지가 몇주 되었습니다. "엎친데 덮친다" 염려스러운 소식이 하나더 날라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던 가까운 인척이 갑자기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바깥 활동이 좀 어렵게 되었다나요. 병원도 다니고, 침도 맞고, 약도 먹는 다네요.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갑자기 행동에 제약을 받자 무척이나 답답해 하는것 같았습니다. 제가 뭐 아는게 있겠습니까만 염려스러운 마음에 일단 상태를 한번 보았지요. 얼핏보아도 정강이 부분이 제법 부은 상태였습니다. 어떻하다 이렇게 되었냐고 전문가 마냥 문진을 했네요. 등산을 하고난후 며칠을 일땜에 다리를..

사백삼십이 vs일

432 vs 1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건축설계를 하시는 분의 사무실인데요. 주로 학교나 교회를 설계합니다. 한때는 남부럽지 않게 돈도 벌었고요. 좋은일도 참 많이 하셨지요. 칠십중반이 무색하게 지금도 꾸준히 일을 하십니다. 차츰 어려어진 경기에 일거리는 줄어들고 따라서 수입도 줄어드는데.... 반면에 늘어나는 인건비와 경쟁사때문에 많이 힘들었나봅니다. 어쩔수없는 결정이였 겠지만 여러가지를 줄여나가기 시작하더군요. 하나 둘 회사의 식구들도 줄어 들구요. 사무실도 규모를 줄여서 옮기고요. 심지어 꼭 참석해야 할 자리가 아니면 모임도 줄였답니다. 최근엔 즐겨드시던 간식도 끊었나봅니다. 마음고생에 좋지않은 안색이었는데 오늘은 기분이 좋아보입니다. 커피도 손수 타오는데 입가에 엷게 미소도 보이데요. 서류철을 가져..

건망증

건망증 자랑좀 하겠습니다. 기억력 좋은걸로 이름이며 전화번호는 한번들으면 술술 뱉어내고요. 계산 잘하기로 노래며 발표 잘하기로 웅변대회는 나갔다하면 일이등 미술은 즐거운 과목이고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은 교실내 게시판을 빛냈고 청소를 잘해서 붙은 별명이 깔끄미 머리좋다는 말은 너무들어서 지겨울 정도고 볼때마다 시도때도 없이 인사하는 통에 받는 사람이 피해다닐 정도의 인사성에 한인물 한다는 소리까지... 좀 심했나요? ㅎㅎ 그러면 뭐합니까. 지금에와서 하얗게 서리가 내린 머리카락 숫자 만큼이나 기억력도 자꾸 떨어져서 화날때가 한두번이 아닌데요. 몇번을 듣고 메모를 해도 까먹는데다 차츰 심해지는 건망증에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어떤때는 창피해서 말도 못하고 처음에는 아..

단수

단 수 사는곳이 서울입니다. 서울도 다 같은 서울이 아니더군요. 변두리 혹은 외진 곳이라고도 하고요. 대부분이 도시 중심가면 이곳은 시골쪽에 속하는 한적한 마실입니다. 속된말로 그 흔해빠진 아파트도 찾아보기가 힘들고요. 오층이상의 건물도 보기 드물답니다. 그렇다고 시를 벗어나지도 않고요. 재개발이란 말도 한번 나오는듯 하더니 쏙 들어갔나 봅니다. 이만하면 대충 감이 잡히시나요? 그래도 명색이 서울특별시 입니다. 집에서 약 십분을 걸어나가면 재래시장이 있었던곳에 이십층 이상의 고층건물도 딱 한곳이 몇년전에 들어섰고요. 거기에 CGV영화관도 생겼고요. 쇼핑몰도 있답니다. 벌써 그곳에서 딱 십년을 살았습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요. 그만큼 긴 시간인거지요. 그런데 우리동네는 변한것이 없습니다. 오히..

소나기

소나기 방송에선 장마가 소강상태랍니다. 영 미덥지 못하지만 어떻하겠어요. 귀담아 듣지요. 예보 끝말은 더욱 헷갈리게 만듭니다. 대기불안정으로... 여름 장마기라서 이해는 합니다. 하늘을 보니 기미가 이상합니다. 문을 나서며 작은 삼단우산 하나를 잡았다, 놓았다를 여러차례 에이~ 밑져봐야 본전이지뭐 하고선 손가락을 우산고리에 끼우고 달랑 달랑 들고 나왔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까지 왔지요. 그런데 역사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서있습니다. 소나기가 오고있었던 거지요. 그것도 보통 소나기가 아니더구만요. 삼단 우산을 가진 저도 밖으로 나갈 엄두가 않날 정도로 쏟아 붓고있는 데다 우렁찬 천둥소리는 가던걸음 조차도 되돌릴 정도였어요. 마침내 역사내 우산가게는 신났습니다. 출근길 늦은 사람들은..

미친놈

미친놈 주말이면 산엘갑니다. 별일이 없는한 지난 주말도 계획을 잡고있는데 일기예보는 비가온답니다. 그래도 가끔 틀릴수도 있으니까 하곤 포기하지않고 하루하루를 지냈죠. 금요일 저녁때까지도 온다는 비가 안와서 내심 바랬죠. "내일은 오지마라" 다음날 아침! 오는비와 함께 바람은 물거품이 돼버렸고 등산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오는비를 멍하니 한참을 구경하다가 또 속으론 "좀만 오다가 그치겠지" 하고 미련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빗줄기가 드세집니다. 완전히 포기하고 티비앞에 주저앉았습니다. 마침하는 오락방송을 재밌게 보다가 창밖을 물끄러미 한번 더 봤죠. 그리고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미련이 남은 사람이 있으면 우의를 걸치고 함께 가볼 요량으로요. 다들 당연히 사양하죠. 남은 한사람에게 마지막..

정 십오년여를 함께 지내온 낡은 선풍기 한대가 있습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고 차츰 흰머리가 많아지고 주름이 깊어지고 여기 저기 아픈곳도 생기듯 선풍기도 고생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여러번 이사를 따라 다니다 보니 흠집난건 고사하고 발에 걸려 자빠지고, 뒹굴면서 깨지고, 바스라지고... 끼르륵 끼르륵... 아파하는 소리도 나고 볼품이 짝이없습니다. 몇번이고 내다 버릴까 망설이다가 또 한쪽구석에 치워놓습니다. 정때문에 올해는 저녁때가 되면 좀 선선합니다. 그래서인지 신경을 안썼는데 밥을 먹다가 선풍기 생각이 났습니다. 뜨거운 매운탕 국물에 매운고추를 그것도 고추장에 쿡 찍어 먹었더니 온 몸이 화끈거리면서 땀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놈은 버려진듯 거기에 있었지요. 덮어두었던 비닐을 걷어내자 묵은 먼지로 엉망입니다..

싸움꾼

싸움꾼 거시기 까놓고 물장구치며 놀던 때에도 동네마다 싸움꾼들이 있었지요. 인상도 험악하고 덩치도커고 목소리도 우렁차고 힘이라면 빠지지 않았는데다 침도 가끔 찍! 밷어주고요. 힘 들어간 눈동자에 어이 없다는 듯 뀌는 콧방귀는 상대를 주눅들게 하기에 충분하지요. 거기에다 따르는 똘마니들을 몇 거느리면 천하 무적이죠. 어린시절을을 되짚어보면 그때부터 네것 내것 네땅 내땅 네편 내편을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심지어 초등학교땐 짝꿍과 같이 쓰는 책상에도 가운데 금을 그어놓고 상대방쪽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혹여라도 넘어오면 에이~시 하면서 주먹으로 때릴 시늉부터 합니다. 또 싸우기도 하지요. 한참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을때 도로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포장마차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