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성귀의 글/자작 글 36

이별을 준비하며

이별을 준비하며 울었습니다. 소리없이 울었습니다. 처음엔 어이없어 멍~했습니다. 이건 아닐거라고 강하게 손사래 부정도 해보며 아픈한숨을 짧게 토해내자 기다렸던듯 두눈에서 거침없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체면도 부끄러움도... 남들 의식할 겨를도 없이 울었습니다. 흐르는 눈물이 멎어서질 않았습니다. 마음이 아리다 못해 저립니다. 거친숨을 몰아 쉬어가며 한가득 고이여 흘러내리는 침과 콧물과 눈물을 꿀떡 꿀떡 삼켜가며 꺼~이 꺼~이 울었습니다. 결국엔 인정할 수 밖엔 없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는게 이런걸 두고 했던말인가? 너무도 허망했습니다. 안타까움에 격한 몸부림도 쳤습니다. 그러나 소용 없었지요. 우리가 더이상 보기싫어 훌쩍 도망이라도 가버리신건지? 무엇이 그리도 바쁜일이 있으셨던지? 그리운이..

찔레나무

귀찮았던 찔레나무 40여년전 시골 마실입니다. 봄을 지나는 딱 요맘때입니다. 이른 새벽부터 우리의 일과는 시작됩니다. 늦잠이요? 어림 반푼어치도 허용이 않되지요. 누가 깨우냐구요? 잠자던 달구새끼들이 아침밥 묵는 소리에 일어 나지요. 뭐 그리 요란하냐구요? 그때의 촌구석은 건너편 마실의 달구새끼 소리가 들릴 정도로 한적 했습니다. 꼬끼오~~~ 기상 나팔이 울리면! 이 소리에 온 마실이 꼼지락대기 시작 합니다. 가장먼저 똥개가 일어났다고 단체로 보고를 해댑니다. 가뜩이나 잠이 많았던 나는 게슴츠레 한쪽눈을 치켜뜨곤 내가 밥먹기전에 밥을 챙겨줘야 할 딸린 식구 하나가 그때부터 있었습니다. 팔자도 기구하지요? 그놈의 덩치는 찌그러져가는 초가집만하구요. 먹이를 얼매나 맛나게 잘묵던지 지가 갸땜에 공부를 못했습니..

푸성귀의 하루-2

푸성귀의 하루-2 숨이 막힐것 같았습니다. 마음편히 말도 표현도 할 수 없었습니다. 눈치보는 것도 지겹고요. 앵무새 수다 떠는 소리도 진~저리가 났습니다. 속시원히 풀어놓으면 되지 않냐구요? 그랬다간.... 둠벙이 터지듯 폭탄이 날라가듯 ...... 견디다 못해 결심했습니다. 주섬 주섬 가방에 먹을것 조금씩을 챙겨 담아 무작정 집을 나섰습니다. 평소에 좋아라 하던 산으로 갔죠.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좀 걷기로 했습니다. 이상 고온 현상이라며 며칠째 덥던터라 숨도 거칠어지고 땀도 땅바닥으로 뚝뚝 떨어졌습니다. 파란 먹물을 진하게 먹여놓은것 같은 산속 깊숙히 그것도 아주 깊숙히 들어갔습니다. 코끝으로 느껴지는 향긋한 푸른내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새소리, 풀벌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세상의 찌들..

문을 열며...

문을열며... 문을 여는게 항상 겁이 났습니다. 왜냐고요? 코흘리게때 부터 그랬습니다. 그땐 왜 그렇게 동네 아이들과 노는게 재밌던지 집에 가는걸 잊어버렸습니다. 고무신이 냇물에 떠내려 간줄도 모르고 놀다가 보면 해가집니다. 그때서도 집으로 가기가 싫고요. 동무네 집으로가서 뒤엉켜 놀았습니다. 그러다보면 동무네 엄마들이 한놈씩 찾으러 오지요. 재야! 성아! 못내 나도 아쉬움을 접고 "임마야! 낼 어데서 보꼬". 그때서야 허둥지둥 집으로 갑니다. 혼날까 봐서요? 아닙니다. 그땐 동네가 너무 어둡고 무서웠습니다. 그제서야 불안한 겁니다. 마을 어귀마다 여러가지 신당에 대한 미신들과 전설들이 그시간에는 생생하게 생각나는 겁니다. 누가 여기서 죽어 귀신이 됐다는 등 여느 시간이 지나서 이곳을 지날땐 늘 있던 그..

푸성귀의 하루

푸성귀의 하루 온종일 비가 옵니다. 이렇게 하염없이 비가 오면 짜증나거나 우울하지 않냐구요? 이상하게도 그냥 좋습니다. 옛날에 처마끝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구경하던 기억도 되살아 나고요. 땅을 때리는 물방울로 억세게 아팠던지 움푹페인 곳으로 낙수하는 소리가 표현하기 조차 어렵게 마음에 와 울림니다. 나는 비오는게 좋습니다. 하던일에 조금의 불편도 있고요. 갈끔을 떠는 나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아지는게 당연하지만 불평하지 않습니다. 오는비가 이렇게 반가우니까요. 어김없이 오늘도 오는 비를 창가너머로 구경 했지요. 그리고 저녁땐 오는 비를 벗삼아 시원한 막걸리 한잔을 하러 종종 가던집엘 갔습니다. 좁아터진 주막안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자리잡고 앉아 흥건이 취해 살아가는 이야기들로 뜨겁게 달아 올라 있..

푸성귀의 푸념

산에서... 퍽퍽하던 땅을 보며 걷기가 안타까웠어요. 사뿐이 밟아도 몽게 몽게 피어 오르는 흙먼지 구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닌 흔적이 길옆 잡초에 덮인 먼지가 이불이 됐음을 보고 알수있지요. 저마다 하는 한마디, 긴 한숨과 함께 어허~ 이렇게 가물어서야 어디! 쯧쯧... 그럼에도 힘겹게 삐집고 돋아나는 새싺은 보는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끄집어 내기에 조금의 손색도 없었답니다. 겨울! 모진 추위를 견디고 맞은 봄! 기대하지 않은 목마름을 맞아 끈질긴 새명의 기운을 나타내고 있었던 거죠. 새싺들 뿐이 겠습니까? 말라가는 계곡! 흐르다 점점 물이 줄어들어 좁아진 개울! 자그마한 둠벙엔 올챙이 새끼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요란하게 꼬리를 흔들어 댑니다. 기~인 안타까움을 뒤로한채 산을 내려 왔습니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