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poemmusic.net/technote6/board.php?board=poem2&command=body&no=4542025년 3월 1주 / 좋은 시 선정 / 작달비 / 정대수
작달비 / 정대수
하늘 저 멀리서
바위 굴리는 소리를 내던 바람이
구름을 떼로 몰고 와
온 천지를 어둠에 가두고
비를 쏟아붓기 시작한다
검푸른 산도
강 건너 물끄러미 보이던 마을도
달아난 듯 모습을 감추고
온통 회색뿐인데
세찬 빗줄기에 요동치던 나무는
망설거릴 여유조차 없이
휘어지고 꺾여 휩쓸리다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바람이 앞서 달리는 막다른 길목에서
처참한 몰골로 멈춰 섰다
서둘러 울던 매미는 숨을 죽이고
까마귀는 어디에 숨어
저리도 악다구니를 쓰며 호통칠까
무궁화 꽃이 필 무렵
작달비에 갇혀 꼼짝을 못 하고
바람이 구름과 화해를 하고
비켜갈 때까지
나무처럼 우두커니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