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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쌍화차 거리

정읍 쌍화차 거리 / 정대수내장산 단풍 산책으로 정읍까지 왔다가쌍화차를 맛보지 않고 그냥 가면두고두고 후회한다 하니미련을 남기지 말자며 간다 정읍역에서 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동네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 이십여분 정읍세무서 옆으로소박하게 보이는 쌍하차 거리 옹기종기 어깨를 맞댄 찻집의한약을 달이는 듯한진한 향기에 밀려쓰러지듯 앉아 둘러보니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과식탁 위의 시와 수필집벽을 채우는 그림에 사진 작품들이시선을 잡아끄는 중에수많은 미련과 후회가 찻잔에 김을 따라 주마등처럼 피어오르는데이번에는 잘했다 나에게 칭찬하며 단풍처럼 고운 추억의 여정으로 남게 되었다.

작달비

http://poemmusic.net/technote6/board.php?board=poem2&command=body&no=4542025년 3월 1주 / 좋은 시 선정 / 작달비 / 정대수작달비 / 정대수 하늘 저 멀리서바위 굴리는 소리를 내던 바람이 구름을 떼로 몰고 와온 천지를 어둠에 가두고비를 쏟아붓기 시작한다 검푸른 산도 강 건너 물끄러미 보이던 마을도달아난 듯 모습을 감추고온통 회색뿐인데 세찬 빗줄기에 요동치던 나무는망설거릴 여유조차 없이휘어지고 꺾여 휩쓸리다가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바람이 앞서 달리는 막다른 길목에서 처참한 몰골로 멈춰 섰다 서둘러 울던 매미는 숨을 죽이고까마귀는 어디에 숨어저리도 악다구니를 쓰며 호통칠까 무궁화 꽃이 필 무렵작달비에 갇혀 꼼짝을 못 하고바람이 구름과 화해를 하..

냉기와 온기

냉기와 온기 / 정대수 불타는 여름에는 겨울이 좋단다살을 에는 겨울에는 그 여름이 좋단다어쩌면 이렇게 오락가락하며 사는 것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한들다시 그리워질 지난 모습들임에도마치 전혀 몰랐던 이방인처럼 외면하기를 반복하는물과 불의 맞대결접점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양극의 대립으로땅이 갈라지며 얼어붙게 만드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름 모를 이들의 손이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맹렬한 위기 속으로 뛰어들었다가바람처럼 홀연히 떠난 자리에는냉기로 싸였던 사방은 온기로 퍼지며결코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뿌리쳤던 손을 소리 없이 맞잡는 숨 막히는 여운에보이지 않았던 벽이 무너지는 찰나의 시간은모두가 꿈꾸는 밝은 세상을꿈처럼 눈앞에 펼쳐 놓는다.

도화지

도화지 / 정대수 온갖 색칠을 하며 그려온 여러 가지 그림을모두 잊어버리고다시 그림을 그리라는 듯새해를 맞아 하늘은하얀 도화지를 펼쳐 놓았다그렇다면 무엇을 그릴까무엇을 그려야 할까 대들보가 흔들리며 사방이 아우성이고급작스럽게 날아든 첫날의 비보에 놀라움과 슬픔은일순간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었는데눈물이 마르기도 전에다시 그림을 그리기에는 햇살도 내키지 않는지일찌감치 빛을 거둬들인 다음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심정으로버티고 있던소한 날하늘은 가만히 하얀 도화지를 펼쳐 놓는다 그럼에도 다시 그 무엇을 그려야 한다기에무엇을 그려야 할지 막막하지만이제는 지워야만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묵은 번데기에서 빠져나와다시 그려야 할 그림을 구상하며흔들리는 다리를 일으켜 세워뽀드득뽀드득하얀 도화지 위를 아슬아슬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