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성귀의 글/자작 시

꽃잎

푸성귀-1 2024. 4. 24. 11:49

꽃잎 / 정대수

 

눈이 내리듯 바람에 흩날리다가
나비처럼 자유롭게 나부끼는 꽃잎
내가 앉은 자리를 곱게 수놓으며
모였다 흩어졌다 한다

한잎 두잎 손톱만 한 꽃잎들로
먼저 꽃잎이라는 글자를 만들며
꽃잎처럼 부드럽게 살아가자
멋쩍은 다짐을 해보다가

이어서 사랑이라는 두 글자를 만들며
성깃해진 지난 기억들을
살며시 들추어보기도 하면서
계면쩍게 웃다가

사랑만큼이나 어렵사리 만들어진 하트는
나를 사랑해 주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숨겨놓은 마음을 담아 바람에 실어 보낸다

무거운 마음을 다독이는 글씨와 그림은
그늘에 갇힌 날 선 도끼눈을 부드럽게 하고
순결함으로 세상을 보게 하며
굳어버린 얼굴에 미소를 찾아주어
가만히 꽃잎을 바라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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