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성귀의 글/자작 시

경자야! 잘 가거라.

푸성귀-1 2020. 12. 31. 15:46

경자야! 잘 가거라.

훠이훠이 빨리빨리 가거라.

훠이훠이 멀리 멀~리 가거라.

 

산전수전 겪으며 이년 저년 살아봤지만

경자 년 같지는 않았구나.

경자야!

그렇지 않아도 힘든 세상 못된 손님을 데려와서

이 땅을 지키던 터줏대감들의 손발을 묶어놓고

입에 재갈을 물리더니

기어이 이슬이 되게 하는구나.

경자야!

너도 돌아보지 않겠지만 나도 이번만큼은 미련 없구나.

모두가 너를 야속하다고 원망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을 알아.

애절한 말들을 쏟아 내어봐야 소용없다는 것도 알지만

바보같이 또 말하지.

아량도 자비도 없는 너에게

경자야!

갈 때에는 못된 손님과 액운은 다 데리고 썩 꺼져라!

 

경자야!

삶이 고단하면 그럴수록

우리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있어.

믿음, 소망, 사랑과 함께

희망이라고!

 

 

 

2020(경자년) 1231일 종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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