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성귀의 글/이동네 저동네

광릉

푸성귀-1 2009. 8. 5. 22:28

 

                                            

 

                   광          릉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뉴스에 국립수목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을 한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그래서 지난주말(8월1일) 국립 수목원을 다녀오기로 마음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의정부역 1번출구로 해서 21번 버스를 타고가도 되지만

주변 아름다운 경관도 볼겸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청량리에서 707번 버스를 타고 광릉내 종점까지 가서

다시 21번 버스로 환승하여 수목원 입구에서 내리면 되거던요.

 

아는길이고 좀 오래전에 다녀왔던 터라서

편안한 마음으로 차를 탔습니다.

차안에는 나들이 하는 사람들로 자리가 찼고요.

출발한지 한참후 신내동을 지나더니 차가 점점 거북이 걸음을 하는겁니다.

그순간 아차~ 싶더군요.

피서철이라 도로가 많이 막히는겁니다.

 

그래도 구리시로 넘어가다 보면 

왕숙천이란 개천과 밤섬유원지등 볼만한게 더러있고 해서

자리를 잡고 말뚝을 밖았습니다.

왕숙천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자리를 깔았고

낚시를 즐기고, 준비해간 것들을 먹으며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고

새들은 먹이를 잡느라 연신 주둥이를 물속으로 들이밀고있는 모습이

참 평화스러워 눈을 뗄수가 없었습니다. 

 

불행한건 도로가 이젠 아주 주차장 정도인겁니다.

이분 저분 한말씀씩 하십니다.

길이 이렇게 막힌적이 없었는데 오늘만 그런다나요.

휴대전화도 불이 나고요.

한 할머니는 반대편 차선으로 가는 같은 번호의 버스를 세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사투리 특유의 억양에 다 들으라는듯

"저짝에는 시방 빠스가 닷데째 가네요."

순간  한바탕 웃고요.

 

우여곡절끝에 광릉내에 도착했습니다.

한시간 이삼십분이면 충분히 도착하는데

이날은 무려 세시간 삼십 여분이 걸렸습니다.

이만하면 어느정돈지 아시겠지요.

여기서 다시 21번으로 환승해서 10~20여분 가면 됩니다.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21번 버스는 이 대합실 건너편에서 타야 합니다.

 

드디어 수목원 입구에 내려서 매표소로 갔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네요.

요즘은 인터넷 예약을 해야 입장이 가능 하답니다.

순간 너무 황당스러워 부탁을 했지요.

어렵게 왔는데 어떻게 않되겠냐고요.

매표소 안에 직원은 냉정하게 않된다고 잘라 말합니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 봐도 붙들고 이야기할 마땅한 사람이 보이질 않고요.

또 사정을 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였습니다.

 

고생끝에 낙이 온다더니...

제 불찰도 있지만 너무 야속함에 발길을 돌릴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넷을 할줄 모르면 오고싶어도 자유로이 오지도 못하는 곳이

북한도 아닌 남한에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웬지 가슴이......

세계문화유산, 자연보호, 생태계보존 모두다 이해를 합니다.

저도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모두가 자유로이 오갈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하는 푸성귀의 마음입니다.

 

돌아선 발걸음에다 이젠 허기까지 겹쳤습니다.

주변을 보니 저와같은 입장인 사람들도 보이고요.

그렇다고 그곳은 자리를 펴고 앉아 식사를 할만한 마땅한 공간도 없습니다.

전부 울타리로 견고하게 막아두었지요.

하는수없이 광릉이라도 들렀다 가기로 마음먹고 걷는데

도로에는 웬 차들이 그리도 많이 생생 달리는지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에이~  그냥 산으로갈거어~얼

후회를 하며 광릉에 왔습니다.

 

광릉은 잘 아시다시피 조선 제 7대왕 세조와 왕후의 묘가 있는곳입니다. 

 

산꼭대기의 왼쪽이 세조, 오른쪽이 정희왕후 윤씨의 능입니다.

 

 

 

 

세조의 능으로 올라가는 모습 

 

안내원이 자세하게 설명도 하고요. 

 

 

 

 

 

위에서 내려다본 아래의 모습 

정희왕후 윤씨의 능

사람이 안보이죠?

왜일까요?

올라가지 못하게 줄을 걸어놓았습니다.

여기도 격일제랍니다.

하루는 세조, 다음날은 왕후 ㅎㅎㅎ 

 

 

광릉도 4시까지만 개방합니다.

시간을 모르시는 분들이 그 이후에도 관람을 하기위해 주차를 할려고 들어오면

주차비는 사정없이 다 받습니다.

그러나 관람은 불가능 하고요.

 

잠깐 주차장앞에 놓여있는 평상에 앉아있는데

한성격 하시는 분이 드디어 터졌습니다.

주차비는 받아 챙기고 관람은 안되면 말이 되냐는 거지요.

그러자 찜찜하게 있던 사람들도 가세를 하네요.

그제서야 관리하신다는 높으신 나으리님들 께서도 마지못해 얼굴을 내미시고...

한바탕 요란했습니다.

저도 참고 있다가 거들었네요.

능을 관람하는데 무슨 격일제가 있으며, 그럼 다음날 또 오라는 말이냐면서요.

여기는 우리나라가 아닌가벼

ㅎㅎㅎㅎ

 

너무 의미없고 맥빠지게 그렇게 하루가 갔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막걸리 한잔도 구경못하고...

 

그래도 사랑합니다.

내나라이고

내민족이고

그속에 저는 한 부분이니까요.

 

여름의 막바지 모든님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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