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성귀의 글/자작 글

신선대에 서다.

푸성귀-1 2021. 2. 24. 09:11

봄 날씨 같았던 날 1월의 한 겨울이었다. 2021년 들어 첫 겨울비가 내리고 난 후 하늘은 흐릿하지만 공기가 좋고 야외 활동을 부르는 기온에다 주말이어서 산을 다녀오기로 한다. 코로나 19 확진자는 4백 명대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긴장해야 하기에 장소를 고민하다가 국립공원인 도봉산으로 정했다. 괴질도 문제였지만 최강 한파에 폭설로 국립공원을 통제한다기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가 온화한 날씨 덕에 혼자 발길 닿는데 까지만 다녀오기로 하고 부추 겉절이를 만들고 물도 끓여 보온병에 담고 새와 다람쥐에게 줄 땅콩도 좀 챙겼다. 산길이 미끄러울까 염려되어 아이젠을 들었다 놓았다 고민하다 그냥 두고 전철을 타고 서울 도봉산역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22곳의 국립공원이 있는데 산이 많은 지형적 특성상 대부분이 산으로 제1호가 19671229일 지정된 지리산 국립공원이다. 도봉산은 19834215번째로 북한산(삼각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도봉산과 사패산이 포함되었다. 대중교통으로 접근성이 아주 좋고 망월사, 원통사, 천축사 등 천년고찰로도 유명한 명산이기에 여름이면 각 계곡에는 서둘러서 간다고 했어도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피서객들로 가득 찬다. 그만큼 물이 좋고 길이 편하다는 것이다. 주말이 되면 종종 다녀오고는 했는데 차츰 잔꾀를 부리며 올라가는 높이가 낮아졌고 이날도 역시나 적당히 다녀올 생각이었다.

 

전철 1호선이나 7호선을 타고 도봉산역에 내리면 대부분 가방을 멘 등산객들이다. 당시에는 코로나 19로 산객들이 형편없이 줄었지만 전에는 남녀노소 삼삼오오 만나서 반갑게 인사하는 것도 볼만하지만 1호선과 7호선의 출구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약속한 일행을 찾느라고 야단이 이산가족 찾기를 방불케 했다. 더군다나 1호선 도봉역은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역이다. 그나마 핸드폰이라도 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사람 찾다가 하루해가 모자랄 판일지도 모를 정도다. 역사 옆으로 있는 대로를 건너면 또 다른 진풍경이 펼쳐진다. 등산객들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상권이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다. 산객들의 시선을 끌어보기 위한 상점마다의 노력은 가히 소음처럼 요란하면서도 재미있다. 주말이면 상가거리를 빨리 벗어나려고 해도 길이 막혀 불가능하니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탐방로 입구까지 천천히 갈 때가 많다. 산에서 일용할 양식으로 김밥 한 줄, 작은 컵라면과 막걸리 한 병을 사서 가방에 담았다. 추운 겨울에 산에서 먹는 컵라면 맛은 정말 기가 막힌다.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좌측으로 우이암을 오르는 길이 보인다. 길을 따라 도봉사를 지나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우이암으로 바로 가게 되고 좌측은 도봉옛길로 접어들어 무수골을 돌아 원통사를 거쳐 우이암으로 가는 계곡길인데 경치가 오를수록 멋있다. 둘 다 비교적 원만하게 탐방할 수 있는 길이어서 먹거리만 있으면 적당한 곳에 머물러 느긋이 쉬기에는 참 좋다. 다음으로 신선대 코스인데 자운봉으로 향하는 길이다. 난이도를 상, , 하로 구분한다면 우이암 코스는 하 정도이면 신선대 코스는 중 정도이다. 마당바위를 지나면서 길은 경사가 좀 더 심해지고 어마어마한 돌길로 이어지다가 정상부에는 바위 경사면에 설치한 철봉을 힘주어 잡아야 올라갈 수 있는 제법 아찔한 바위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겨울에 눈이 오거나 얼어 있기라도 하면 무척 미끄럽고 위험하기에 바짝 긴장해야 한다. 신선대(726m) 정상에 오르면 건너편으로 마주 보이는 도봉산 최고봉인 자운봉(739.5m)을 비롯하여 수많은 기암괴석의 봉우리들과 도봉산의 최상급의 코스인 Y계곡과 포대 정상이 위용을 뽐내고 있고 멀리 북한산의 정상 백운대와 그 유명한 인수봉도 보이고 시야가 좋은 날에는 한강하구를 비롯한 해안도 조망할 수 있다.

 

도봉산의 중간 쉼터이자 정상으로 가는 길목인 마당바위에서 가져간 먹거리로 때 늦은 허기를 채우고 천천히 내려가려고 했는데 산행 중에 우연히 들은 동년배 정도의 산객들 말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 수락산 찍고 도봉산 정상까지 갔다 왔으면 됐어."

자랑하듯 내뱉는 걸걸한 목소리가 쉬는 동안 떠나지를 않는다.

"수락산을 갔다가 다시 도봉산 정상을 갔다 온다고?"

"그럼 나는 뭐야?"

가져간 것을 다 먹고 나니 배가 부르듯 슬슬 오기가 올라온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래! 정상으로 가자."

좀 무리다 하면서도 지팡이를 잡고 출발했다. 제법 올라 가자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에 열기가 더해진다. 배가 부르니 숨은 차고 소화가 되면서 꺼~억하고 터져 나오는 트림에 먹은 막걸리의 숙성된 복잡 미묘한 냄새를 다시 집어삼켜가며 가파른 돌길을 한참 올라가니 포근한 날씨에 땀이 오뉴월 비 오듯 한다. 게다가 마스크까지 착용했으니 땀과 고인 입김이 뭉쳐서 턱 아래로 뚝뚝 떨어진다. 웅장한 바위에는 암벽 등반가들이 때 이르게 바위를 타는 모습에 보는 이들로 조마조마하게 한다. 코가 바닥에 닿게 오르다가 마침내 신선대 정상에 섰다.

"이야! 우와"~~

"그래! 이거야 이거ㅎㅎㅎ"

내 꼴이야 어찌 됐든 가쁜 숨을 고를 겨를도 없이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마냥 감탄한다. 한두 번 보는 경치도 아닌데 어쩌면 볼 때마다 새롭고 신비로운지 놀랍기만 하다. 몸으로 느껴지는 정상에서의 바람은 참 맛있다. 그래서 산객들은 정상의 이 맛을 너무 잘 알기에 힘들어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것이다.

 

후기로 주의할 점은 도봉산은 바위가 많아서 군데군데 낙석위험 표지판이 보인다. 등산로도 해빙기나 우기 때는 특히 잘 살펴야 한다. 탐방로가 아닌 곳은 안전하지 않고 여차해서 불상사라도 발생하면 구조하기가 매우 어려워짐으로 제한구역은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또 탐방로를 벗어나서 한적한 곳에서의 휴식은 아주 드물게 뱀과 멧돼지가 나타나 위험할 수도 있다. 종종 보이는 외국인 탐방객들은 산과 주위의 경관을 카메라에 담으며 기뻐하는데 세계 여러 나라에 도봉산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널리 알려지기를 소망해본다. 좀 불편한 것은 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이 없다. 국립공원 주위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비닐봉지들을 보면서 탐방로 입구 한쪽에 쓰레기 분리수거 통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도 하면서 하산주로 산행의 여운을 달래는 행복한 수다 소리를 뒤로하고 산행을 마무리했다.

 

북한산 국립공원에 포함되는 도봉구의 도봉산은 최고봉인 자운봉[739.5m]을 비롯하여 만장봉[718m], 오봉[625m], 선인봉[708m] 등이 솟아 있고, 그 사이로 계곡과 숲이 어우러져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의 전체 면적은 서울특별시와 경기도에 걸쳐 약 79.916㎢로, 평수로 환산하면 약 2373만 평이다. 우이령을 중심으로 남쪽의 북한산 지역과 도봉구를 포함하고 있는 북쪽의 도봉산 지역으로 구분된다. 북한산 국립공원의 도봉산 지역은 주봉인 자운봉을 중심으로 북쪽의 사패산, 남쪽의 우이암, 서쪽의 오봉산으로 연결되어 Y자형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도봉 계곡, 원도봉 계곡, 송추 계곡 등의 주계곡이 형성되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북한산국립공원 [北漢山國立公園] (한국 향토문화 전자대전)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정상의 바위들

마당바위

냥이가 배가 고픈지 김밥도 잘 받아 먹었고...

포대정상이 보이고...

자운봉

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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