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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越冬)준비

푸성귀-1 2009. 11. 10. 13:55

 

 

월동(越冬)준비

 

가을 걷이가 끝나갈 즈음인 이맘때면 숨고를 틈도없이

집집마다 서둘러 월동준비를 해야했습니다.

10월의 상강(霜降 )과 11월의 소설(小雪) 중간에 있는 입동(立冬)은 겨울의 시작이지요.

살을 에이는 추위를 견뎌낼려면 겨우살이 준비를 철저히 해야합니다.

야생 짐승들도 추위가 오기전에 든든하게 배를 채워두거나

양식을 집에다 저장하려고 분주하게 오가는걸 보면 겨울은 그만큼 길고 무서웠습니다.

요즘도 해마다 겨울이 닥쳐오면 초등학교때 배웠던 개미와 베짱이가 생각납니다.

자연도 순서대로 월동준비를 하지만

여차 때를 놓치게되면 겨우내 힘들고 고달프게 지내야 했던 어린시절의 겨울모습입니다.

 

우선 집수리부터 합니다.

탈곡을한 볏단을 펴서 물을 뿌려가며 가지런히 정리해서 지붕용과 담장용으로 엮습니다. 

추수도 그렇지만 각자가 하기에는 버거운 일인지라 집집마다 품앗이를 하지요.

푸석푸석해진 지붕을 걷고 새옷을 입혀서 꼰 새끼줄로 단단히 묶은후

흙담도 겨우내 눈보라에 무너지지 않도록 짚으로 덮어서 바람에 날라가지않게

양쪽으로 돌멩이를 길다랗게 메달아 놓습니다.

 

어른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구경만 하냐구요?

천만에, 만만에 콩떡입니다.

"쑥바자도 바람 막는다."고

여기 저기 앉아서 겨우내 산에서 땔감을 묶어나를 새끼도 꼬고, 지게도 손질을 하지요.

동장군 칼바람이 또 얼마나 무섭던가요.

틈을비집고 들어오는 황소바람은 덮은이불이 무색하게 콧등이 시립니다.

문마다 창호지와 문풍지를 바르고, 방안 도배도 시멘트 푸대를 탈탈 털어서 꼼꼼이 바릅니다.

군불이 잘들게 아궁이재도 비우고 확인하고요.

나락 덩게, 콩깍지, 옥수수대, 고구마넝굴...

겨우내 먹일 가축들의 식량도 비축을 하지요.

 

내복이며, 솜바지, 모자, 양말.....

패션도 빠져서는 않되겠지요.

이불이며, 베게, 요대기...

바느질과 세탁도 새로합니다.

솜이불 빨래 해보셨나요?

홑청을 뜯어내어서 손빨래를 한후 구김을 펴고, 바느질까지....

몸살납니다.

 

김장도 품앗이를 합니다.

소금이 귀했던 시절인지라 무우며 배추 절인 소금물은 절대버리지 않고 다음집, 또 다음집...

동네를 한바퀴 계주를 합니다.

양념이며 배추속도 어우러져 하다보니 이집 저집 할것 없이 김치맛이 거의 비슷합니다.

잘 버무려진 김치는 큰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아서 땅에 묻습니다.

무우, 고구마, 감자등... 이때 같이 묻어두지요.

무청은 줄줄이 엮어서 뒤안에 걸어놓고요.

대파도 양지바른곳에 옮겨심어서 비닐로 살짝 덮어두면 오래먹을수 있었지요.

이때부터 비닐하우스가 시작되었다나 어쨌다나???

ㅎㅎㅎ

 

확연히 짧아진 낮길이가 일손을 부채질 하는사이

눈이온다는 소설(小雪)이고, 무의식적으로 차가운 손을 비벼가며 호호부는 겨울이

본격적으로 위용을 드러내지요.

해떨어진 마당으로 휭~하니 작은 회오리 바람이 먼지를 일으키며 살~짝 지나는가 싶으면

이내 동네가 얼어붙기 시작합니다.

강아지도 꼬리를 내리고 제집으로 들어가고요.

요란스럽던 닭들도 날개를 접고 꿈쩍을 않합니다.

불꺼진 겨울 마실은 무섭다못해 추위보다 더한 적막함이 감돌지요. 

이때 필요한건 뭐?

땅에 묻어둔 간식거리...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무거운 몸상태를 이끌고 주말에 가까운 수락산엘 산책겸 다녀왔습니다.

절기상으로 입동임에도 입춘같은 날씨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여유롭게 붐비는 많은 등산객들의 모습에서 예전의 겨울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솜씨좋죠.ㅎㅎ

 

 

정상은 저~~위에...

이날도 안개가 시야를 가립니다.

잠시 앉아 쉬고있는데 이놈이!! 

던져준 멸치를 먹고

더 맛있는것 없냐는 식으로 가까이 오네요.

한번더 던져준 멸치는 쳐다만 볼뿐...

고양이가 사람 구경온듯~

 

위의 고양이보다 더 맹랑한 놈들입니다.

진달래가 봄인줄 아나봅니다.

 

생강나무도 그렇고요.

꽃망울이 곧 터질지경

겨울이 오는건지... 봄이 오는건지???

 

 

 

길바닥에 널브르진 낙엽들을 보면 겨울을 부르는 늦가을인데

몸에 와닿는 바람은 산들바람입니다.

높고 청명한 가을 하늘이 아닌 잔뜩 찌푸린 요즘 날씨가 정말 밉상스러웠는데

이제는 걱정이 앞섭니다.

앞서가는 사람들들도 같은 마음인지

"이러다 뭔일나는것 아녀?"

"2012년에 지구가 망한디야."~~

"너나 망혀."

ㅎㅎㅎ

 

겨울다운 겨울을 준비하며 기다려 봅니다.

월동준비 하셨어요?

옆구리가 시리시다구요?

ㅎㅎ

모든님들 마음 따뜻한 겨울되시고, 겨우내 건강하게 지나시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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