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성귀의 글/자작 글

여유

푸성귀-1 2009. 10. 20. 14:35

 

         

 

여     유

 

남매가 다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날은

명절, 생일, 추도식...

한해에 그중 한두번이 고작입니다.

계획을 세워 기록도하고, 계산도 미리해 두지만

막상 닥치면 상황이 생각대로 되지않을때가 태반입니다.

그리 복잡하거나 어려운것도 없는데

매년 공교롭게도 이빠진 톱니모양 그렇게 되어버리네요.

여유가 없어서 그런것인줄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늘 개운치가 않습니다.  

 

여유란게 물질적, 공간적, 시간적인 것으로부터 좀 자유로워야 하는데

많지않은 오남매에게 그 여유의 세가지가 한번도 족해본적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젊은시절엔 물질적인 여유가 없었고

늘어나는 가족수에 차차 공간적인 여유도 갈수록 부족하고

조금만 더하면 됐다싶으면 시간이없고

시간이 있으면 불상사가 생기고...

쫓기듯 지나온날들에 잔주름의 골이 조금씩 깊어가고 성성한 하얀 머리카락에

늘어나는 손 등가죽의 자글거림을 보면

나오는게 탄식섞인 가는 한숨이네요.

 

아버지 추도식과 어머니의 수술로 남매가 모처럼 모였습니다.

오랜만에 서로 얼굴을보며 반기듯하는  인사말이

"야~이제는 많이들 늙었다."

어른들의 방정에 멀뚱해진 아이들이 인사를하면

그때서야

우와~너도 많이 컸구나.

이쁘졌구나, 남자답다.

군대는, 직장은, 몇살, 애인은, 몇학년...???

때아닌 호구조사에 아이들도 당황

가끔보는 어른들이 왜이러실까에 어릴적엔 저도 의례적인 행사로겪은 상황이지만

예전과 한치도 변함없는 모습에서

"사는게 다 이런것인가?"를 되싶어 봅니다.    

 

조용하던 집에 생기가 돕니다.

아이들도 잠시 서먹할뿐 이내 요란합니다.

등 떠밀린 티-브이는 혼자 떠들고

이놈 저놈 휴대폰 음악과 게임하며 지르는 소리에

여인네들의 음식만드는 소리, 그동안에 못했던 하소연이며, 신랑과 아이들의 흉과 자랑

남정네들의 발빠른 심부름 도우미

 

한상가득 차려지고 고인을 기념하는 추도의식을 치릅니다.

하늘나라로 가신지 햇수로 오년이 됐지만

아직도 남매는 그분이 즐겨 흥얼거리시던 찬송가를 부르며 웁니다.

특히나 이번에는 어머니의 수술문제로 더욱 마음이 무거웠기에

모두가 소리없이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모든것이 원만하게 잘 되기를 바라는 기도와함께 마무리를 했습니다.

 

정성스레 마련한 음식들을 나누며 아쉬운 저녁은 깊어갑니다.

더불어 빠질수없는 막걸리 한잔

가족들과의 정이넘치는 한마디 한마디

잡을 트집거리가 없이 행복한때입니다.

그러면서 마음한구석에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너무 여유가 없음을 삼키는 막걸리로 또 달래봅니다.

 

아래 사진들은 추석을 전후로 울산에서 짬을내어 다녔던곳을 담았습니다.

집 뒷산과 바다입니다.

 

 

 

 

 

 

 

 

 

 

 

 

 

 

 

울산을 오가며 중간에 들리는 곳입니다.

 

 

 

제가 바라는 여유는 아마도 희망사항인줄 압니다.

한편으론 욕먹을 욕심이지요.

지금도 여러 블방님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매년 얼굴을 마주 대하는것도

성도, 이름도...아는것은 없지만

가족같은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주시고

격려와, 염원을 빌어주시는 사랑에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세심한 배려에 넘 행복합니다.

님들의 성원에 모든것이 아주 좋아지고 있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

모쪼록 내내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푸성귀의 글 > 자작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물  (0) 2009.11.13
월동(越冬)준비  (0) 2009.11.10
고향  (0) 2009.10.08
추석  (0) 2009.09.28
속담과 현실  (0) 2009.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