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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성귀의 하루

푸성귀-1 2009. 5. 26. 00:03

 

 

 

푸성귀의 하루

 

 

온종일 비가 옵니다.

이렇게 하염없이 비가 오면 짜증나거나 우울하지 않냐구요?

이상하게도 그냥 좋습니다.

 

옛날에 처마끝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구경하던 기억도 되살아 나고요.

땅을 때리는 물방울로 억세게 아팠던지 움푹페인 곳으로 낙수하는 소리가

 표현하기 조차 어렵게 마음에 와 울림니다.

나는 비오는게 좋습니다.

 

하던일에 조금의 불편도 있고요.

갈끔을 떠는 나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아지는게 당연하지만 불평하지 않습니다.

오는비가 이렇게 반가우니까요.

 

 

 

어김없이 오늘도 오는 비를 창가너머로 구경 했지요.

그리고 저녁땐 오는 비를 벗삼아 시원한 막걸리 한잔을 하러 종종 가던집엘 갔습니다.

좁아터진 주막안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자리잡고 앉아

흥건이 취해 살아가는 이야기들로 뜨겁게 달아 올라 있었습니다.

 

한잔 두잔...

옆자리의 이야기를 들어며 분위기에도 취해가고요.

웃어주며 대꾸도 하지요.

말도 안되는 농담에 한바탕 큰 소리로 웃기도 합니다.

ㅎㅎㅎㅎ

 

아무리 큰소리로 웃고 떠들어도 누구 한사람 탓하질 않습니다.

이시간을 그냥 즐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자리 만큼은 모두가 친구요.

이웃이요.

가족이 된겁니다.

 

생각도 같고

마음도 같고

모양도 같습니다.

따질필요가 없으니까요.

 

옆자리엔 50대 중반의 아주머님들께서 집안 이야기들로 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아들을 장가 보냈더니 에미 에비는 뒷전이라는 둥

며느리를 맞았는데 꺼꾸로 며느리 시집살이를 한다는 둥

시할머니가 아흔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정정하게 소주 한잔씩을 하신다는 둥

부모님의 치매에 고생썪인 이야기 등등.......

 

한쪽 귀퉁이에선 육두문자썪인 말들로 그동안 쌓인 감정을 뿜어냅니다.

얼핏봐서는 곧 싸움이라도 할 것 같지만 입싸움이지요.

결국 삶의 무게가 버거웠던지 참았던 눈물도 보입니다.

무에가 그리도 그의어께를  짖눌렀을까요?

남자는 마음으로 운다고 하지만 나는 보았습니다.

닭똥같은 눈물을요.

갈라지고 거칠어진 그의 손이 떨고 있음을요.

 

비는 땅을 달래고

싸구려 한잔의 술은 우리의 마음을 달래고 있었던 겁니다.  

 

다시 잔을 듭니다.

그리곤 내일을 외칩니다.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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