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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성귀의 하루-2

푸성귀-1 2009. 6. 3. 23:55

 

           

 

푸성귀의 하루-2

 

숨이 막힐것 같았습니다.

마음편히 말도 표현도 할 수 없었습니다.

눈치보는 것도 지겹고요.

앵무새 수다 떠는 소리도 진~저리가 났습니다.

 

속시원히 풀어놓으면 되지 않냐구요?

그랬다간....

둠벙이 터지듯

폭탄이 날라가듯

......

견디다 못해 결심했습니다.

 

주섬 주섬 가방에 먹을것 조금씩을 챙겨 담아 무작정 집을 나섰습니다. 

평소에 좋아라 하던 산으로 갔죠.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좀 걷기로 했습니다.

이상 고온 현상이라며 며칠째 덥던터라 숨도 거칠어지고 땀도 땅바닥으로 뚝뚝 떨어졌습니다.

 

파란 먹물을 진하게 먹여놓은것 같은 산속 깊숙히 그것도 아주 깊숙히 들어갔습니다.

코끝으로 느껴지는 향긋한 푸른내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새소리, 풀벌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세상의 찌들린 소리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아름다운 소리들입니다.

 

잠깐사이에 산나물도 조금 뜯었습니다.

 

오른쪽부터 곰취, 칡순, 고추나물, 으아리, 산두릅, 산도라지, 쑥, 머위, 청미래덩굴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었습니다.

가져간 막걸리가 더위탓에 미지근해 졌지만 나물을 안주삼아 한잔을 들이켰습니다.

갈증이 났던 참에 넘긴 막걸리가 뱃속에 짜르르 느껴집니다.

캬~ 소리와함께 트림도 꺼억!!

막걸리 특유의 냄새를 동반한 용트림입니다.

 

물속에는 올챙이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주어진 계절을 만끽하고 있는듯 했습니다.  

밥알을 한덩어리 물에 던져 넣어주자 물속에서 피래미들이 주둥이로 쿡쿡 건드려보고요.

이내 한입씩 먹습니다.

멀리서 딱다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도 들립니다.

 

어릴적 옛날을 생각하며 돌쌓기 놀이도 하고요.

 

이쁜돌을 찾아 다니다 주변에서 영지버섯도 땄습니다.

좀 작지요.

 

개복숭아도 따고요.

한참을 그렇게 놀다보니 시간이 꽤 됐습니다.

이젠 혼낼사람도 잔소리할 사람도 없는데 내려와야지요.

끌려가는 놈인양 터덜 터덜 걸었습니다.

돌맹이도 발로 뻥 걷어차며....

 

한참을 내려오고 있을때쯤입니다.

반가운 가족을 만났습니다.

 

 

 가족수가 일곱은 되는듯 했습니다.

카메라도 후진데다 저의 동작은 이가족들을 따라담기엔 역부족이였지요.

눈치는 또 얼마나 빠르던지...

하는 수 없이 가방을 내려놓고 이놈들과 한바탕 숨바꼭질 놀이를 했습니다.

숨을 죽여가며 빼꼼이 쳐다보면 그놈들이 얼른 숨고요.

후다닥 도망가는 놈들을 찍을라치면 그새 없어지고....

많은 시간에 여러장을 찍었는데 겨우 요걸 건졌습니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걷다보니 어느듯 다내려 왔습니다.  

어두움을 뒤로한채...

 

나는 비오는게 좋습니다.

비오는걸 보면서 먹는 막걸리를 좋아합니다.

 

나는 산이 좋습니다.

언제든지 고달프고 힘든 마음으로 찾아가도 한번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외로움에 친구가 되어주고요.

짜증내지 않고 푸념도 잘 받아줍니다.

더구나 혼자  외로울까봐 주변에 친구들도 불러 주고요.

그 친구들의 아름다운 노래와 몸짓으로 아팠던 마음을 만져 준답니다.

 

나는 산이 좋습니다.

한번도  변한적이 없으니까요.

주는것보다 오히려 받고 오니까요.

 

그래서 루소는 그렇게 말했나 봅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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