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성귀의 글/자작 글

문을 열며...

푸성귀-1 2009. 5. 29. 00:05

 

 

문을열며...

 

 

문을 여는게 항상 겁이 났습니다.

 

 

 

왜냐고요?

코흘리게때 부터 그랬습니다.

그땐 왜 그렇게 동네 아이들과 노는게 재밌던지 집에 가는걸 잊어버렸습니다.

고무신이 냇물에 떠내려 간줄도 모르고 놀다가 보면 해가집니다.

그때서도 집으로 가기가 싫고요.

동무네 집으로가서 뒤엉켜 놀았습니다.

 

그러다보면 동무네 엄마들이 한놈씩 찾으러 오지요.

재야!

성아!

못내 나도 아쉬움을 접고

"임마야! 낼 어데서 보꼬".

그때서야 허둥지둥 집으로 갑니다.

 

혼날까 봐서요?

아닙니다.

그땐 동네가 너무 어둡고 무서웠습니다.

그제서야 불안한 겁니다.

마을 어귀마다 여러가지 신당에 대한 미신들과 전설들이 그시간에는 생생하게 생각나는 겁니다.

누가 여기서 죽어 귀신이 됐다는 등

여느 시간이 지나서 이곳을 지날땐 늘 있던 그나무를 쳐다보면 며칠을 못살고 죽는다는 등

무덤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한마디로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가로등?

그때에 꼬랑네 나는 촌동네에 그게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무조건 달렸습니다.

그날도 동무들이랑 놀다 밤이 됐습니다.

어김없이 달렸죠.

키가 유별나게 작았던 나는 달리기론 우리 동네 동무들 중에서 꼴찌로

두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실력 이었지요.

그래도 단단이 준비합니다.

양손 바닥에 침을 탁 뱉은후 손바닥을 힘있게 비빈다음 세게 박수를 몇차례 치고요.

헛기침도 합니다.

허~어험!  허~어험!

고무신도 벗은후 맨발바닥에 흙을 비벼뭍힌 다음 다시 신고요.

야~~~소리와 함께 달립니다.

 

그날 따라서 바람이 제법 불고요.

뛰어가다 가만이 보니 달빛이 연하게 땅을 비춰 주더라고요.

나름대로 어두운 밤길이 조금 밝어져서 안심이 됐는데

동네 전설적 내력이 있는 무덤가 근처까지 왔습니다.

더욱긴장을 하고 조금더 빠른 뜀박질을 하고 있을때 그만 다리기를 멈춰야할 수 밖에 없었지요.

 

왜냐구요?

구전으로 떠돌던 전설속에 귀신이 나타난 겁니다.

순간 너무 겁이나 온몸이 굳었습니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도 죽여가며 멀찌감치 있는 귀신의 정체를 자세히 지켜봤지요.

나는 죽었다라고 생각하며

온몸은 땀과 돋은 소름에 공포의 순간 이였습니다.

한참을 지켜보다간 돌맹이를 주워 그곳으로 던져보기도 했지요.

고래 고래 큰소리도 질러 보고요.

서투른 이단 옆차기도 해봅니다.

그래도 별 반응이 없어서 다시 마음의 준비를 하죠.

 

이판 사판!

전속력이다.

그러곤 막대기를 들고 뛰었죠.

간이 콩알만 해져서 그곳을 빠져 나온후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평화스런 집에 도착 했습니다.

마음이 편안 해져야 할 땐데 또 어려운일이 생겼지요. 

 

뭐냐고요?

부모님의 허락도 없이 그것도 저녁늦은 시간까지 놀다 이제 들어왔으니 순간 걱정인 거지요.

혼나는건 둘째고 회초리에 받을 벌을 생각하니 아찔 한겁니다.

아까 그 귀신은 온데 간데없고 닥친 현실앞에 대문을 쉽게 열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 최대한 소리나지않게 조심 조심

뭐 도둑질 하러 온 놈인냥

문을 열고 또다시 숨소리를 죽여가며 까치발로 마당을 지나 방문앞에 도착 했습니다.

문고리를 잡고 양미간을 있는데로 찡그리며

살~짜기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서 얼른 이불을 덮고 누우면 상황은 끝나는 거니까요.

드디어 이불을 덮고 누웠습니다.

이젠 됐다.

휴~~

하는데!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습니다.

 

"니! 저녁은 묵었나".

 

어머니는 그때까지 돌아올 저를 잠을 설치고 걱정하며 기다리고 계셨던겁니다.

작은 키에다 있는데로 등을 굽힌체 이불을 덮고 그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쭈루룩 흘러 내렸습니다.

배도 고팠습니다.

어머니는 그냥 기다리신것도 아니었습니다.

 

"정지에 솥뚜껑열고 밥 묵어라"

 

그러시곤 주무셨지요.

어린시절의 문을 이렇게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오십년 세월의 문을 열며 이제까지 살아왔습니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문열기가 겁이납니다.

하루의 문!

한주!

한달!

일년...

그만큼 세월의 무게가 문을 열기 어렵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코흘리게땐 어렵게 문을 열면 하루가 끝났는 데요.

이젠 하루가 문을 열면서 시작 됩니다.

 

 

사랑하는 님들이여!

문을열면 멋진 하루가 펼쳐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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