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성귀의 글/자작 글

싸움꾼

푸성귀-1 2009. 6. 11. 22:36

 

                           

 

         싸움꾼

 

거시기 까놓고 물장구치며 놀던 때에도

동네마다 싸움꾼들이 있었지요.

인상도 험악하고

덩치도커고

목소리도 우렁차고 

힘이라면 빠지지 않았는데다

침도 가끔 찍! 밷어주고요.

힘 들어간 눈동자에 어이 없다는 듯 뀌는 콧방귀는 상대를 주눅들게 하기에 충분하지요.

거기에다 따르는 똘마니들을 몇 거느리면

천하 무적이죠.

 

어린시절을을 되짚어보면

그때부터

네것 내것

네땅 내땅

네편 내편을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심지어 초등학교땐 짝꿍과 같이 쓰는 책상에도 가운데 금을 그어놓고 상대방쪽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혹여라도 넘어오면

에이~시 하면서 

주먹으로 때릴 시늉부터 합니다.  

또 싸우기도 하지요.

 

한참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을때 도로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포장마차를 끌고가던 이와 뒤따라가던 택시 운전하는 이가 싸웁니다.

도로 한차선을 차지하고 가는 포장마차를 향해 뒤따라 가던 택시 기사는 답답했던지

경적소리를 내며 한쪽으로 비켜달라고 손짓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포장마차는 들은척도 안하고 가자 택시는 몇번의 경적을 더 울렸고요.

이내 포장마차 끄는이가 가던길을 멈추고 택시로 옵니다.

누가 뭐랄것도 없이 다짜고짜 삿대질에 욕부터 나오는가 싶더니 싸움이 났습니다.

택시 뒷쪽으로는 잠깐사이에 많은 차들이 밀려서 서로 빵~ 빵 대고요.

오가던 사람들은 소리나는 쪽으로 시선만 줄뿐 제갈길로 갑니다.

 

지하철에선 자리양보 땜에도 어른과 아이가 싸우고

계단에선 서로 먼저 가겠다고 싸우고

길가던 사람은 왜 쳐다보냐며 싸우고

음식점에선 서로 시끄럽다고 싸우고

술집에선 외상 안된다고 싸우고

사춘기 머스마들은 여자애 하나를 두고 피터지게 싸우고....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싸움을 너무 잘하는것 같습니다.

어리적엔

싸움은 나쁜것이라고

친구들과는 절대 싸워선 안된다고

싸움은 나쁜놈들과만 하는것이라고 배워 왔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가르칠겁니다.

교육기관도 싸움을 하라고 가르치진 않겠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터 싸우기 시작합니다.

성경에서는 가인과 아벨이 어머니 뱃속에서 부터 싸웠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가인이 동생인 아벨을 돌로쳐서 죽이게 되지요.

인류역사도 따지고 보면 싸움의 역사입니다.

지금도 싸움의 연속이고요.

미래에도 계속해서 싸울겁니다.

싸움이 전혀 필요없는건 아닙니다.

"선한 싸움은 하라" 고 기록되어 있으니까요.

 

개인이던!

가족이던!

사회던!

국가던...

싸움의 결과는 처참합니다.

작게는 상처 투성이지만

크게는 집을 뺏기고, 나라를 잃고, 목숨도 사라집니다.

 

먼곳이 아닌 우리역사만 봐도 알수있습니다.

싸움을 피해 궁을 비우고 도망간 왕들이 있는가 하면

아예 나라를 통째로 뺃기기도 하고

수많은 생명들이 처참하고 너무도 허무하게 죽어간 6.25는 나라를 반으로 갈라놓았습니다.

그런상황 속에서도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것을 봅니다.

심지어 요즘은 까페나 블로그에서 까지도 싸우는걸 보지요. 

그러고 보니 우린 싸움꾼이였습니다.

 

광화문쪽 청계천 입구에서 6.25때의 사진들을 전시해놓고 있습니다.

싸움의 결과물들인데요.

골수까지 아파왔습니다.

자랑거리로 세워둔게 아닐겁니다.

두번다시 이런 싸움이 없기를  바라면서 겠지요.

제발요. 

 

 

  

 

 

 

 

 

 

 

 

 

 

 

일일이 다 담기에는...

 

나는

싸움을 싫어합니다.

겁이 나거든요.

싸우는걸 싫어합니다.

아푸거든요.

싸우면 피합니다.

때리질 못하니까요.

싸우는 곁에 있지도 못합니다.

가슴이 떨려서요.

 

이제

양보하면 안될까요?

져주면 안될까요?

좀 나누면 안될까요?

칭찬이 낫겠지만

서로에게 좀 더 잘해보라고 격려 해주면 안될까요?

.......

 

 

6월에 드리는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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