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성귀의 글/자작 글

미친놈

푸성귀-1 2009. 6. 22. 20:17

 

             

 

     미친놈

 

주말이면 산엘갑니다.

별일이 없는한

지난 주말도 계획을 잡고있는데

일기예보는 비가온답니다.

그래도 가끔 틀릴수도 있으니까 하곤

포기하지않고 하루하루를 지냈죠.

금요일 저녁때까지도 온다는 비가 안와서 내심 바랬죠.

"내일은 오지마라"

 

다음날 아침!

오는비와 함께 바람은 물거품이 돼버렸고

등산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오는비를 멍하니 한참을 구경하다가

또 속으론

"좀만 오다가 그치겠지" 하고 미련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빗줄기가 드세집니다.

완전히 포기하고 티비앞에 주저앉았습니다.

마침하는 오락방송을 재밌게 보다가

창밖을 물끄러미 한번 더 봤죠.

그리고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미련이 남은 사람이 있으면

우의를 걸치고 함께 가볼 요량으로요.

다들 당연히 사양하죠.

남은 한사람에게 마지막으로 전화했죠.

"우의 걸치고라도 한번 가봅시다."

대답은

미친놈!

이비오는데 우델갈라꼬 그래쌋노.

 

졸지에 미친놈 소리를 듣고

햐~

이거 내가 정말 미쳤나?

또 앉아 티비를 보았죠.

에이!

혼자라도 가보자.

집을 나서서 지하철을 타곤 깜짝 놀랐습니다.

 

지하철 내부인데요.

손잡이며,천장에 온통 꽃들뿐만아니라

마늘이며 여러가지로 꾸며놓았더라구요.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하고 해서 카메라에 담아 봤지요.

 

한결 좋아진 기분으로 갔습니다.

비는 여전히 뿌려대고 있구요.

한적한 등산로는 "오늘은 휴업입니다." 라고 말하는듯 조용했습니다.

우의를 입으며 지켜보고 있는데

아주 드물게 한사람씩 산으로 가는게 보입니다.

내심 얼마나 반갑던지 얼른 따라갔습니다.

 

40여분쯤을 가자 우의를 입은지라 덥기시작합니다.

속에는 땀이요.

밖에는 흙탕물이 질퍽하니 미끄럽지요.

몸은 근질근질 거리지요.

신발은 몽땅 젖고

입에선 때아닌 입김이 나고요.

코끝에선 땀인지 빗물인지 뚝뚝 떨어집니다.

 

그나마 빗물이 덜 덜어지는 곳에서 한숨을 돌립니다.

가져간 막걸리도 한잔하구요.

그맛이 끝내줍니다.

 

더는 못갈것같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왔습니다.

근처 주막을 들러 정리를 하며

뜨끈한 비지찌개와 막걸리 한잔에 몸과 마음이 녹습니다.

손님이라고야 빗속 산밑에 누가 있겠습니까?

집으로 돌아오는길은 초저녁인데도 깜깜합니다.

빗줄기는 그칠줄을 모르고 옵니다.

문앞에 서서 혼자 중얼거립니다.

미친놈이 맞는가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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