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성귀의 글/자작 글

소나기

푸성귀-1 2009. 7. 2. 21:46

                        

 

           소나기

 

방송에선 장마가 소강상태랍니다.

영 미덥지 못하지만 어떻하겠어요.

귀담아 듣지요.

예보 끝말은 더욱 헷갈리게 만듭니다.

대기불안정으로...

여름 장마기라서 이해는 합니다.

 

하늘을 보니 기미가 이상합니다.

문을 나서며

작은 삼단우산 하나를 잡았다, 놓았다를 여러차례

에이~

밑져봐야 본전이지뭐 하고선 

손가락을 우산고리에 끼우고 달랑 달랑 들고 나왔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까지 왔지요.

 

그런데 역사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서있습니다.

소나기가 오고있었던 거지요.

그것도 보통 소나기가 아니더구만요.

삼단 우산을 가진 저도 밖으로 나갈 엄두가 않날 정도로 쏟아 붓고있는 데다

우렁찬 천둥소리는 가던걸음 조차도 되돌릴 정도였어요.

 

마침내 역사내 우산가게는 신났습니다.

출근길 늦은 사람들은 값을 흥정할 생각도 없이 가져가기 바쁘고요.

가게주인장은 큰 바구니에

아마도 있는 우산을 몽땅 꺼내놓은것 같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나가는 소나기정도로 생각해서인지

좀 기다려볼 요량으로 가게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있구요.

덕분에 가게 주인장들은 들어오시라고 눈인사를 보냅니다.

저도 빗줄기가 잦아들기를 기다렸습니다.

 

한참을 기다린결과 조금 진정된것 같아 밖으로 나왔습니다.

또 쏟아지까 겁이나 서둘러 가고있는데

조그만 처마밑에서 비를 피하고 계시던 영감님이 저를 불러 세웠습니다.

비를 피한다고 했지만 양복바지 끝자락은 다 젖었습니다.

같이 좀 쓰고가자는 거지요.

혼자도 작은 우산인데

두사람이 쓰고 가기엔 무리지만 어쩌겠습니까.

 

생각지도 않게 그분과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몸을 바싹붙이고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걷다가

어허~

오늘 비온다는 말을 못들었는데

쯧쯧쯧

하시며 고맙다고 합니다.

 

걷다보니 제 한쪽어깨는 다 젖었습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분은 저의 도착지를 지나서 좀 더가야 했습니다.

하는수없이 영감님의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리고 되돌아 왔죠.

덕분에 지나가는 차바퀴의 물세례도 받았지요.

에이그~

 

제 사랑스런 우산입니다. 

이뿌지요.

 

빗물이 실개천을 방불케 합니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제 모양을 보고 다들 웃습니다.

꼴이 좀 웃겼나봐요.

비오는 이야기

천둥이야기 등을 하고 있는데

사무실 막내 총각이 싱글벙글 합니다.

"너! 오늘 기분좋은일 있어?"

그녀석 왈

비덕분에 이뿐 아가씨와 같이 우산을 쓰고 왔다는겁니다.

그녀석도 가방에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게 삼단 우산인데...?

ㅎㅎ

 

그렇게 잠깐 오고 말줄알았던 소나기는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까지 줄기차게 내렸습니다.

알지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

하나의 우산과 함께 

서로 체온을 느끼는 따뜻한 동행을 하겠지요.

 

블방지기님들!

소나기가 아닌

블방을 통하여 님들과 아름다운 동행을 하게된것을 전 언제나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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