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성귀의 글/자작 글

건망증

푸성귀-1 2009. 7. 20. 17:40

 

 

건망증

 

자랑좀 하겠습니다.

기억력 좋은걸로

이름이며 전화번호는 한번들으면 술술 뱉어내고요.

계산 잘하기로

노래며 발표 잘하기로

웅변대회는 나갔다하면 일이등

미술은 즐거운 과목이고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은 교실내 게시판을 빛냈고 

청소를 잘해서 붙은 별명이 깔끄미

머리좋다는 말은 너무들어서 지겨울 정도고

볼때마다 시도때도 없이 인사하는 통에 받는 사람이 피해다닐 정도의 인사성에

한인물 한다는 소리까지...

좀 심했나요?

ㅎㅎ

 

그러면 뭐합니까.

지금에와서 하얗게 서리가 내린 머리카락 숫자 만큼이나

기억력도 자꾸 떨어져서 화날때가 한두번이 아닌데요.

몇번을 듣고 메모를 해도 까먹는데다

차츰 심해지는 건망증에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어떤때는 창피해서 말도 못하고

 

처음에는 아무생각없이 하는실수가

핸드폰 잊어버리는건 대수가 아닙니다.

물을 먹을려고 컵에 따라놓고는 그냥 가버리고

모자는 머리에 쓰고 있으면서 찾느라고 난리고

안경은 놓았다하면 잊어버리고

냉동실에 넣어야 될것을 전자렌지에 넣어놓고는

이게 살아서 도망갔냐고 찾느라고 냉장고를 다 뒤지고 

얼마전에는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자장면을 시켰는데

나무 젖가락으로 자장면을 다 비빈후 젖가락을 그릇에 꽂아 놓고는

잠깐 전화받고 와서는 하는말이 가관입니다.

"어이! 젖가락이 없네."

출근길에 바지앞 지퍼를 올리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버젓이 가기도 여러번

외출하고 사무실로 다시와야 되는데 집으로가는 지하철을 타고 있고... 

수도 없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비가 제법왔습니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그간에 미뤄져있던 자료들과 주변정리를 대충했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마무리를 하는데 화장실을 점검해보니

세수비누가 쓰던게 다됐고 진열장에도 여분이 없었습니다.

내일 밖에서 들어오면서 사와야 겠기에 메모를 해서 지갑속에 넣어놨지요.

잊어버리면 않되기에... 

 

다음날 제법 좋아진 날씨덕에 북한산을 갔습니다.

불광동 독바위역 근처에서 쪽두리봉까지 갔는데요.

사진을 찍을려고 카메라를 꺼냈는데

아뿔싸 @@@

건전지 사온다는걸 그새 까먹었습니다.

아~

짜증과 신경질이 한꺼번에 달려듭니다.

다시 내려갈수도 없고 아쉬운 마음으로 산행을 적당이 하고 내려왔습니다. 

우선 건전지를 사서 넣고는

밝은 날씨에 집으로 가기도 그렇고 해서 일단 종로로 나왔습니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한참을 돌아 다니다가

출출해서 막걸리도 한잔하고는 알딸딸하게 기분이 좋아져서 집으로 왔습니다.

더운날씨에 취기가 오르자 굵은 땀방울이 몸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급한마음에 얼른 옷을 벗어 제끼고는

샤워기에서 뿜어져나오는 찬물을 뒤집어 썼죠.

그리곤 비누를 찾는데 없는겁니다.

우와 @@@

돌아삐리겠당~~~

전날 메모까지 해서 지갑에 넣어 놯는데...

 

오늘 왜이러냐며

할수없이 대충 물기를 털어내고 투덜대며 가게로 갔습니다.

항상 쓰던놈으로 열개를 계산대에 올려놓자 주인장 왈

"와~따! 오늘 고래새끼 목욕하는 날잉교!"

으흐흐

"내가 고램돠" 

에구~~이놈들로 고래샤워 했습니다.

이놈의 건망증을 어떻하냐고요.

근데 기막힌게 있습니다.

아무리 술이 취해도 집은 잘 찾아온단 말씀입니다.

증상이 어떤지요?

 

오늘 뭐 잊어 버리신건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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