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성귀의 글/자작 글

사백삼십이 vs일

푸성귀-1 2009. 7. 22. 18:20

 

                  

 

     432  vs 1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건축설계를 하시는 분의 사무실인데요.

주로 학교나 교회를 설계합니다.

한때는 남부럽지 않게 돈도 벌었고요.

좋은일도 참 많이 하셨지요.

칠십중반이 무색하게 지금도 꾸준히 일을 하십니다.

 

차츰 어려어진 경기에 일거리는 줄어들고

따라서 수입도 줄어드는데....

반면에 늘어나는 인건비와 경쟁사때문에 많이 힘들었나봅니다.  

 

 

어쩔수없는 결정이였 겠지만 여러가지를 줄여나가기 시작하더군요.

하나 둘 회사의 식구들도 줄어 들구요.

사무실도 규모를 줄여서 옮기고요.

심지어 꼭 참석해야 할 자리가 아니면 모임도 줄였답니다.

최근엔 즐겨드시던 간식도 끊었나봅니다.

 

마음고생에 좋지않은 안색이었는데

오늘은 기분이 좋아보입니다.

커피도 손수 타오는데 입가에 엷게 미소도 보이데요.

서류철을 가져와서 탁 펼치고는

"이제 한건 물었다." 는 겁니다.

 

요즘은 설계견적이 전자입찰 방식으로 결정된다는데요.

그간에 수도없이 참여한 입찰이 모두 허사여서 실망도 컸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결과 드디어 한건이 낙찰된겁니다.

 

더욱 놀라운건 그 비율이 무려 432 VS 1 이라는 겁니다.

조그만한 입찰에 예전 같으면 이삼십여개의 회사만이 경쟁하던것에 

이젠 상대가 이렇게 늘어났다는 것이지요.

이구동성으로 어렵다고들 하는데요.

저도 그중에 한사람이지만 문서화된 숫자가 눈으로 확인이 되자

상황이 더욱 절박함을 다시한번 느낍니다. 

 

언제나 우리의 경기가 허리를 펼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들이 일은 힘들어도 미소지을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요?

밤을 지새며 고민하고 짓는 한숨소리가 줄어들까요?

시장가는것이 겁나지않고

아이들 용돈도 시원하게 줄수있는

소박한 바람이 되도록이면 서둘러 왔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을 위한답시고 큰소리 치시는 나으리님들께서

오늘은 여의도에서 이젠 아예 생중계로 싸우시느라고 고생하고 계시데요.  

고래싸움에 등터지는 새우의 심정을 알아 달라고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비싼 밥먹고 생긴 에너지를 엉뚱한곳에 허비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힘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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